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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소중한 가치에 대하여 <패밀리맨> 줄거리
겨울이 되면 특히 이런 질문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몸도 마음도 움츠러드는 계절이어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면 꼭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 테아 레오니 주연의 영화 <패밀리맨>이다. 벌써 20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보아도 감동의 깊이가 남다른 영화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한국인 부인으로 인해 한때 국내에서 캐서방으로 불리며 사랑받았었는데 최근엔 소식이 뜸하다. 작품 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흥행작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연기력 하나만큼은 할리웃 톱클래스 배우답게 이 영화에서도 두 개의 삶을 살아가는 한 남자의 감정선을 탁월하게 표현해 냈다. 영화는 대학생인 잭과 케이트가 공항에서 이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잭이 영국에 있는 은행에서 1년간 인턴 생활을 위해 떠나려는 순간 케이트는 이대로 가면 영원히 헤어질 것 같다며 붙잡는다. 하지만 잭은 고작 1년이라며 떠나버리고 그렇게 시간은 13년이 흘러버린다. 현재 시점, 유명 투자 기업의 사장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잭. 물질적으로 완벽한 삶을 살아가지만 주변에 아무도 두지 않은 채 오직 일과 성공만을 좇는 남자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편의점에서 부랑자 캐시를 만나고, 그와 대화하던 중 이상한 말을 듣게 된다. '당신은 뭐가 필요한가요? 잭""난 필요한 게 없어요""당신이 선택했다는 걸 잊지 마요" 잭은 별일 아니라 생각하며, 자신의 고급 아파트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그리고 다음날, 그의 삶은 180도 바뀌어 있었다. 일어나 보니 케이트가 자신에게 머리를 기대고 자고 있고, 아이들과 강아지가 방으로 난입한다. 처음 보는 풍경에 경악하며 자신의 아파트와 회사로 돌아간 잭. 하지만 돌아온 건 문전박대였다. 그때 캐시가 나타나 "새 인생을 살아볼 기회를 주는 겁니다."라는 말을 남긴다. 어쩔 수 없이 잭은 케이트를 선택한 인생을 살게 된다. 처음 보는 마을, 처음 보는 직장, 처음 보는 친구들, 두 아이들의 아빠로 살아가는 삶. 독신의 성공한 부자에서 소시민 가장이 된 잭은 모든 것이 낯설고 불만스럽다. 하지만 잭은 점차 자신이 여전히 케이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커져가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함께 잭은 돈보다 중요한 것들에 대해 알게 된다. 하지만 이 삶에 익숙해질 때쯤 캐시가 다시 나타나 '경험'은 영원하지 않다고 말한다. 잭은 이제 자신이 있던 세계로 돌아가야 함을 직감하게 된다.
평행우주 속의 또 다른 삶. 나맘대로 리뷰
<패밀리맨>은 평행우주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평행우주란 같은 모습으로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수없이 많은 우주를 의미한다. 즉 내가 선택하지 않은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는 세계를 뜻한다. 이런 평행우주를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에는 일전에 다룬 <프리퀀시>를 포함해 <인터스텔라><인셉션>등이 있다. 영화 속에서는 잭과 케이트가 이별한 삶과 함께하는 삶으로 대비되어 보인다. 먼저 두 사람이 함께하지 않는 삶을 보자. 잭은 유명한 투자 회사의 사장으로, 케이트는 잘 나가는 변호사로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부의 기준으로 볼 때 이 삶은 경제적 자유라는 관점에서 몹시 이상적이고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이다. 반면 두 사람이 함께하는 삶에는 돈 대신 가족이 있다. 생활은 넉넉하지 않고, 물건 하나를 사도 가격표에 일일이 신경 써야 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이들과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도 든든한 내 편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 삶이야말로 가장 값지고 행복한 삶일 것이다. 결국 두 삶 중에 어느 것이 더 좋다 나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영화는 최소한 내가 혹시 놓치고 있던, 정말 소중한 인생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든다는 데 의미가 있다. 내가 혹시 지금 당장 돈을 위해 가족과의 행복을 뒤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누구보다 부를 원하면서도 이 정도면 적당히 먹고살만해라는 생각에 현실에 주저앉아 있는 것은 아닌지. 영화는 제목처럼 '가족'에 방점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그것은 '가족'이 아닌 그 무엇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 '그림' '음악' '요리' 어떤 것이든 내가 선택하지 않은 또 다른 나의 삶 말이다.
살아있는 동안 꼭 봐야 할 인생 영화
경제적으로 완벽한 삶을 살고 있던 주인공 잭이 잊고 살던 진정한 사랑과 소중한 가족의 가치에 대해 깨닫게 해주는 영화 <패밀리맨>. 개봉 당시 6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1억 2천만 달러를 벌어들여 흥행 면에서 히트를 치진 못했지만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국내에서 더 반응이 좋은 편인데, 연말만 되면 싱글들이 가족이 있는 타인의 삶을 부러워할 때 쓰는 밈으로도 종종 사용된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이 다소 열린 결말로 끝나긴 하지만 나는 해피 엔딩이라고 믿는다. 당시 케이트가 파리로 급히 떠나야 하는 상황임에도 비행기를 타지 않고 잭과 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무척이나 따뜻하게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두고 이런 후일담도 있었다. 케이트가 13년 전 잭에게 가지 말라고 말린 이유가 어쩌면 잭보다 먼저 '우리를 선택한 삶'을 보고 왔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영화 보면서 살짝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이유는 케이트의 표정 때문이었다. 처음엔 비행기를 타지 말라는 잭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하지만 잭이 둘이 함께한 삶을 묘사하기 시작하자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섰기 때문이다. 대게는 이런 경우 웬 미친 소리냐는 반응이 나올 법한데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명대사가 앞뒤로 동일하게 배치된 것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 생각한다. "난 우리를 선택할래. (I'll choose us.)"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에 대해 깨닫게 되는 과정을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인생 영화 <패밀리맨>. 오늘 이 영화를 보며 그동안 무엇을 놓쳐왔는지, 지금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