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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맞춰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O난감>
최우식, 손석구, 이희준 주연의 범죄 스릴러인데요. 화려한 출연진 덕분에 일찍부터 알림 설정해 두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보았습니다. 총 8회로 편당 러닝타임은 50분 정도. 결론부터 얘기하면 영화 별점 5점 만점에 4점은 주고 싶은 수작이었습니다.
오늘은 드라마 등장인물과 줄거리, 그리고 솔직한 감상 리뷰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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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줄 요약
학창시절부터 반격이라고는 모르고 살던 한 소심하고 평범한 대학생 이탕이 우연히 사람을 죽게 만들고, 그 사건을 계기로 정의 구현이라는 미명 하에 비뚤어진 영웅이 되어가는 이야기
2. 등장인물
이탕 (최우식)
"죽이고 보니 죽어 마땅한 인간들이었다."
소심하고 평범한 대학생에서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다크 히어로처럼 변해가는 인물. 자신이 죽인 사람들이 알고보니 극악한 범죄자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에게 악인을 감별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막연히 느끼게 됩니다.
장난감 (손석구)
"너는 분명히 잡힌다."
현직 강력계 형사로 어린 시절 형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형사가 된 인물입니다. 증거원칙주의적인 면모도 있지만 사건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으로 범인을 추적해 나갑니다. 무색무취의 편의점 알바 이탕이 연쇄살인 사건에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다고 느끼고 그의 뒤를 계속 쫓습니다. 처음 이탕을 만나고 이름 때문에 약간 동질감을 느끼는 장면도 있죠. "동병상련의 마음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무시받기 싫어서 경찰 된 사람이거든."
노빈 (김요한)
"원하는 거요? 정의 구현이요."
이탕을 도와주는 조력자이자 피규어 덕후, 컴퓨터 관련 지식이 해박한 해커입니다. 형사인 장난감까지 이탕의 사건에 관련하여 자문을 구할 정도로 프로파일링 실력도 뛰어난데요. 노빈은 개명한 이름으로 아마 로빈훗에서 따온 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송촌 (이희준)
"너는 달라? 확신 있어?"
한때 노빈과 일했던 전직 형사로, 지금은 누구보다 잔혹한 범죄자로 돌변한 인물입니다. 한때 누구보다 열정적인 경찰이었으나 장난감 아버지와의 일을 계기로 스스로 어두운 구렁텅이 속으로 들어가 무차별적이고 흉포한 성격의 인물로 변해가죠. 그의 등장으로 이탕과 장난감 모두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3. 줄거리
주인공 이탕은 하루하루 편의점 알바를 하며 살아가는 소심하고 유악한 인물입니다. 고등학생 때는 학폭 피해자로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딱히 삶에 대한 의욕없이 어둡고 좁은 자취방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지요. 그러던 어느날 편의점에서 만난 세상 선해보이는 남자로부터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게 됩니다. 한참을 맞고 있던 이탕은 어느 순간 자제심을 잃고 망치로 그를 내리치죠.
그렇게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인 탕은 또다시 그가 현장에 두고 온 망치를 무기로 돈을 협박하는 여성을 만나 한 번 더 망치를 집어들게 됩니다. 원치 않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극도의 죄책감과 공포에 시달리던 탕은 자신이 죽인 인물들이 모두 패륜을 저지른 극악한 범죄자라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되는데요.
허탈하면서도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탕 앞에 스스로 사이드킥이라 부르는 노빈이라 는 인물이 나타납니다. 탕을 영웅이라고 부르며 정의 구현을 향해 동업을 하자고 제안하고 탕은 그와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악인들을 찾아다니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장난감이라는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형사가 탕과 노빈의 뒤를 바짝 뒤쫓고, 송촌이라는 경찰 출신 제3의 악인이 등장하면서 두 사람은 힘든 싸움을 시작합니다.
4. 원작 웹툰 싱크로율
원작 작화 자체가 귀엽고 아담한 그림체였기 때문에 캐릭터 외모 싱크로율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만 보면 드라마쪽이 훨씬 더 시니컬해진 느낌이에요. 감독은 팝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하는데 영상이나 화면 연출은 확실히 경쾌한 느낌이지만 전체 드라마 톤은 그와 반대인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스토리 만큼은 캐릭터 성격부터 줄거리 흐름까지 거의 90% 원작을 수정 없이 반영했네요. 물론 마지막 결말 부분만 빼고 말이죠. 이건 시즌2를 위한 떡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5. 함무라비 식 정의
영화를 보면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함무라비 법전에서 나오는 말로 함무라비 법전은 기원전 1792년에서 1750년에 바빌론을 통치한 함무라비 왕이 반포한 고대 바빌로니아의 법전입니다. 죄를 지은 이들에 대한 형벌로 똑같이 되갚아주는 터프한 방식으로 유명하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눈을 멀게 했다면 그 자신의 눈도 멀게 할 이다. 그가 다른 사람의 이빨을 부러뜨렸다면 그의 이도 부러뜨릴 것이다. 그가 다른 사람의 뼈를 부러뜨렸다면 그의 뼈도 부러뜨릴 것이다."
결국 이 영화 속 주인공이 취하는 방식도 같은 게 아닐까요. 사람을 죽게 만들고 죄책감이 없다면 너도 죽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 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전히 범인이 잡히지 않은 수많은 미제 사건이 그 증거지요. <모범택시><살인자O난감> 같은 류의 드라마가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라 생각합니다.
6. 솔직 리뷰 (스포일러 포함)
저는 별점 5점 만점에 4점은 주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스토리 몰입감도 좋았고, 화면 연출도 몹시 훌륭했으며, 주조연 모든 배우들의 연기도 탁월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건 '정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극중 노빈은 계속해서 자신이 하는 일의 목적을 '정의 구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노빈은 어린 시절 부모님을 강도로 인해 하루아침에 잃었지만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송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한때 열혈 형사가 되고자 했던 선한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비리 경찰이었던 장난감의 아버지 장갑수에 의해 번번히 강력계 형사직에서 탈락하고, 착한 식당 아줌마가 그에게 속아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도 모자라 자신을 끝없이 모욕하자 눈이 돌아버린 거죠. 결국 장난감의 아버지도 송촌의 손에 의해 세상을 떠나지만 그가 생전에 저지른 비리는 모두 지워진 채 그저 명예로운 경찰로 남게 됩니다. 이런 고구마 100단 같은 상황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현실 속에는 훨씬 많겠죠.
결국 송촌도, 노빈도 모두 죽고 혼자 남게 된 이탕. 처음엔 노빈의 도움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스스로 자신의 남은 삶을 악인을 단죄하며 살기로 선택하면서 드라마는 막을 내리는데요. (이 장면이 직접적으로 그려지진 않지만 장난감이 보는 뉴스 화면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과연 나는 법을 뒤로 하고 직접 악인을 벌하려는 이탕을 계속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을지, 그것을 과연 온전히 정의라 부를 수 있을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시원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몹시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드라마 <살인자O난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플레이하면 끝까지 보게 만드는 흡입력이 대단한 작품이니, 한 번쯤 꼭 정주행해보시길 바라며 오늘 리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