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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랭크 다라본트 x 스티븐 킹, 두 거장의 만남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도 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든 영화가 있다. 이 영화 <미스트>가 나에게는 그랬다. 가슴이 먹먹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없이 계속 눈물이 나는 그런 영화였다.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스트>는 2007년에 개봉된 공포 스릴러 영화다. 지금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배우 토머스 제인과 로리 홀든이 주연을 맡아 밀폐된 공간에서 끝까지 인간성을 잃지 않는 인물을 연기한다. 우리에게 <워킹데드>로 잘 알려진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쇼생크 탈출><그린 마일>에 이은 세번째로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그는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누구보다 예리하게 포착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인다. 아주 작고 소소한 이야기에서도 메시지와 감동을 끌어낼 줄 안다. 그리고 이런 그의 능력은 이번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단편에 불과했던 스티븐 킹의 소설을 엄청난 걸작으로 재탄생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공통점은 이 세 작품 모두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흥행의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캐리><샤이닝> 등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창적인 스토리로 나오는 책마다 전 세계적으로 몇 백만부가 판매될 정도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들도 90% 이상 흥행에 성공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미스트>는 머리를 크게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적인 결말로 꼭 한 번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안갯속엔 무언가가 있다! <미스트> 줄거리

      영화는 어느 날 마을을 덮친 안갯속에서 시작된 끔찍한 악몽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평화로운 호숫가 마을 롱레이크, 주인공 데이빗은 영화 포스터를 그려주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어느 날 밤, 불길한 폭풍우가 휘몰아친 뒤 멀리 호수 저편으로부터 기이한 안개가 몰려오기 시작한다. 태풍으로 망가진 집을 수리하기 위해 어린 아들 빌리, 옆집 변호사 노튼과 함께 마트로 향하는 데이빗. 하지만 군용 차량이 급하게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낀다. 간밤의 영향으로 전기마저 끊긴 마트 안은 장을 보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때 갑자기 밖에서 알 수 없는 경보가 울리며 피범벅이 된 한 남자가 마트 안으로 뛰어들어온다. 남자는 "안갯속에 뭔가가 있다"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마트 밖은 이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정체불명의 안개로 뒤덮였고, 사람들은 점차 공포에 사로잡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안갯속에서는 기괴한 생명체들이 나타나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런 와중에 한 여성이 신의 계시를 받은 듯 굴면서 사람들을 선동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 들면서 상황은 더욱 절망스럽게 변해간다. 급기야 죄 없는 군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죽도록 만든다. 정체불명의 괴생물체들보다 더 끔찍한 인간들의 추악한 모습들이 드러난다. 데이빗과 그의 아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결국 목숨을 걸고 밖에 나가기로 결심한다. 과연 안갯속 초자연적인 괴물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들은 이 악몽 같은 공간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두려움에 갇힌 인간의 본성, 영화의 결말

      <미스트>는 안갯속에 갇힌 밀폐된 공간을 통해 인간 본성의 어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평범했던 사람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어떻게 변하는지 여과 없이 보여준다. 안갯속의 괴물들이 계속 공격해 오는 와중에 마트 안에 있던 2명의 군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사람들은 남은 한 명의 군인을 추궁하고, 그는 군대 안에서 행한 실험으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 같다고 고백한다. 아마 죽은 군인들은 같은 조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느낀 것 같다고. 이때 사람들의 반응이 충격적이다. "그럼 너도 죽어."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를 찔러서 죽여버린다. 이 장면에서 느낀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그에게 죄가 없다는 것은 너무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절망이, 두려움이 그를 죽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영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지막 장면. (여기서부터 강 스포주의) 데이빗 일행은 결국 사람들을 피해 마트를 탈출한다. 하지만 차를 타고 아무리 가도 자욱한 안개만 있을 뿐이다. 결국 차가 멈춰버리고 절망한 그들은 죽기로 결심한다. 데이빗은 남은 총알 3발로 자신의 아들과 일행을 모두 죽이고 괴물이 우글거리는 차 밖으로 나간다. 그 순간 희미하게 트럭 소리가 들리며 멀리 안개 사이로 군용 트럭이 나타난다. 수십 명의 군인들이 안개를 걷어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천천히 다가오는 트럭 안의 생존자들을 보며 데이빗은 주저앉는다. 그리고 영화는 고통에 가득 찬 데이빗의 외침으로 끝이 난다. 만약 그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그들 모두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포기'라는 선택을 한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공포라는 장르를 넘어 강한 여운과 생각거리를 남겨준 영화 <미스트>. 궁금하신 분은 넷플릭스에서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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