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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경계 <조 블랙의 사랑> 정보
"놓아주기가 쉽지 않지? 이게 인생이야."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명대사는 영화 <조 블랙의 사랑>에 나오는 대사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사랑의 중요성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두 사람을 통해 아름답고 눈부시게 담아내고 있는 1998년 영화다. 브래드 피트, 안소니 홉킨스라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인 두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양들의 침묵> 한니발 역으로 무시무시한 연기력을 뽐낸 안소니 홉킨스가 이번 영화에서는 죽음을 앞둔 기업 회장으로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아버지 연기를 선보인다. 브래드 피트는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사신, 우리나라로 치면 저승사자를 맡았는데 연기 인생 최고의 꽃미모를 보여준다. 등장하는 순간 후광이 비치는 느낌이랄까. 사신과의 사랑이라는 소재는 박보영과 서인국이 주연을 맡은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에서도 사용된 흥미로운 설정이다. 안소니 홉킨스와 브래드 피트는 1994년작 <가을의 전설>에서도 함께 출연한 바 있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두 사람은 환상적인 연기 호흡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는 전 세계 1억 4천3백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흥행에 성공했고, 로튼토마토에서도 신선도 46%, 관객 점수 81%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스토리와 연출 영상미까지 최근에 나온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주제인 데다, 죽음과 사랑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의 주제를 한데 묶어 담아냈다는 점도 이 영화의 독특하면서 신선한 매력이다.
사랑에 빠진 저승사자. 영화 줄거리
패리시 통신의 창업자로 돈과 권력, 사랑하는 딸들까지 뭐 하나 부족할 게 하나 없는 빌 패리시(안소니 홉킨스). 65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알 수 없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 한편 빌의 둘째 딸 수잔(클레어 폴라니)은 아버지 회사의 이인자인 드류와 사귀고 있지만 항상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카페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첫눈에 호감을 느끼지만 아쉽게 헤어진다. 그날 밤, 계속해서 환청에 시달리던 빌은 자신이 '죽음'이라고 말하는 낯선 이의 방문을 받게 된다. 빌에게 지상에서의 시간을 더 줄 테니 자신에게 인간의 세상을 보여달라는 사신. 심지어 가족들에게 인사까지 시켜달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그를 '조 블랙'(브래드 피트)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한다. 이때 수잔은 깜짝 놀란다. 조가 오전에 카페에서 만났던 남자였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는 수잔과 헤어진 후 교통사고로 죽고, 그 몸에 사신이 들어갔던 것.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수잔은 커피숍에서 만났을 때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달라진 조에 실망하고 거리를 두려 한다. 생명을 연장받고 조의 가이드가 된 빌은 그를 회사로 데려간다. 이사회에 버젓이 들어가 쿠키를 요청하는 조. 임원 모두가 어이없어해도 조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빌이 나가서 시내 구경이라도 하라고 하자 수잔의 병원에 찾아가는 조. 이상하게 그녀가 자꾸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 조는 점점 수잔에게 빠져들고, 수잔 역시 그를 사랑하게 된다. 수잔과 조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에 당황한 빌. 수잔을 사랑하게 된 조는 계속 인간들 속에 남고 싶어 한다. 하지만 수잔을 찾아 병원에 갔다가 만난 암환자를 통해 조는 자신이 돌아갈 시간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빌에게 충격적인 말을 꺼낸다.
진한 여운이 남는 결말 리뷰
(스포주의) 조는 떠날 때 수잔도 함께 데려가겠다고 말한다. 빌은 충격을 받고, 수잔이 조의 정체를 알아도 사랑할 것 같냐고 말한다. 고민하던 조는 수잔에게 자신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하지만 그때 수잔이 카페에서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조는 그녀가 사랑한 건 자신이 몸을 빌린 남자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모두가 불꽃놀이를 즐기는 사이, 두 사람은 조용히 저승으로 가는 다리를 건넌다. 그들이 사라지는 걸 보고 이상한 느낌에 달려온 수잔. 그곳에서 한 남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타난다. 순수함이 느껴지는 표정과 해맑은 미소. 그녀는 그가 더 이상 조가 아닌 카페에서 만난 남자라는 사실을 알고 슬픈 표정을 짓는다. 그녀도 결국 조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 이제는 반대가 된 상황. 남자는 수잔을 다시 만난 것에 마냥 행복해하지만, 수잔은 만감이 교차한다. 하지만 이내 그가 조가 보내준 마지막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극 중에서 빌이 수잔의 행복을 빌며 해주는 말이 있다. "사실 인생은 사랑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단다. 살면서 진실한 사랑 한 번 못 해본다면 제대로 산 것도 아니지." 그렇게 수잔과 조는 진정한 사랑을 했다. 그리고 조는 마지막 순간 '사랑'이란 상대방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빌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함께 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의 행복을 온전히 빌어줄 수 있는 사랑. 나는 과연 누군가를 이렇게 사랑해 본 적이 있었나 반성하게 된다. 나와 같지 않음에 툭하면 화내고 섭섭해하고.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일주일밖에 없다면 아마 사랑하기에도 부족할 것이다. 조와 수잔의 사랑을 축으로 전개되지만 사실 영화 속에는 더 많은 사랑의 형태가 등장한다. 빌과 알리슨의 에피소드에서는 부모와 딸 간의 조건 없는 사랑을, 생일 무대에서 빌이 사람들에게 하는 소원에서는 내 삶에 대한 사랑까지. 많은 사람들이 인생 영화로 꼽는 영화 <조 블랙의 사랑>.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을 때, 나도 빌처럼 훌훌 가볍게 떠날 수 있기를 바란다. "저처럼 행운 가득한 삶을 사십시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서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는 바랄 게 없다'라고요. 65년,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