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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제인 오스틴의 사랑
<센스 앤 센서빌리티><오만과 편견><엠마><클루리스><맨스필드 파크>.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이다. 그녀의 소설들은 역사상 가장 많이 영상화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가 남긴 장편소설 6편 모두 영화와 드라마로 여러 차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1700년대 사람인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 지금까지도 계속 영상화되고 사랑받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시대가 흘러도 변치 않는 보편적 감성, 여성들의 사랑과 연애라는 주제를 탁월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녀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사랑 앞에 당당하고 밝고 적극적이다. 세상의 시선에 결코 주저앉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 그녀가 들려주는 연애담이 오늘의 우리가 봐도 전혀 낯설지 않은 건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인 오스틴 본인은 실제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녀의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아름답고 예쁜 사랑을 했을까. 그에 대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영화 <비커밍 제인>이다. 제인 오스틴의 삶을 주제로 앤 해서웨이와 제임스 맥어보이가 주연을 맡은 2007년 작품이다. 앤 해서웨이가 주인공 제인 오스틴을, 제임스 맥어보이가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변호사 톰 르프로이를 연기했다. 개인적으로 두 사람의 미모는 이 영화를 촬영할 때 가장 절정에 오른 것 같다. 연기도 훌륭하지만 두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큰 재미 중 하나이다.
<비커밍 제인> 줄거리
<비커밍 제인>은 제인 오스틴과 톰 리프로이의 실제 로맨스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영화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골 새벽, 제인이 글을 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작가를 꿈꾸는 자존심 강한 제인. 어느 날 우연히 낭독회에서 런던에서 온 변호사 톰 리프로이와 마주친다. 제인만큼이나 문학에 조예가 깊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톰. 그가 자신의 글을 무시하는 듯한 말을 하자 자존심이 상하고 이후 계속 그와 티격태격한다. 하지만 우연한 만남이 거듭될수록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고 서로에 대해 영원한 사랑까지 맹세하게 된다. 그러나 톰에게는 삼촌이 정해놓은 약혼녀가 있었다. 그녀와 결혼하지 않으면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을 끊겠다고 한 것. 두 사람은 결국 사랑의 도피를 결심하고 새벽 마차에 오른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잠시 톰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제인은 톰의 가족들로부터 온 편지를 발견한다. 오로지 그에게 모든 걸 의지하고 있는 가족들. 그가 자신과 함께 떠났을 때 그가 감당해야 할 현실들을 알게 된 제인은 그를 위해 이별을 선택한다. 시간이 흘러 제인은 작가로 성공한다. 한 음악회에서 우연히 톰과 재회하게 되는데, 그의 곁에는 한 어린 소녀가 있었다. 톰은 그녀가 자신의 딸이고, 제인의 팬이라고 소개한다. 다짜고짜 제인에게 낭독을 요청하는 어린 소녀. 톰은 당황하며 소녀의 이름을 부른다. '제인'. 딸의 이름은 그녀와 같은 제인이었다. 먹먹해진 제인은 소녀의 부탁대로 책을 낭독해 준다. 낭독이 끝나고 책을 덮은 그녀의 시선 끝에는 슬픔과 기쁨, 그리움이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톰이 있었다. 그렇게 다시 만난 두 사람을 비추며 영화는 끝이 난다.
제인 오스틴의 실제 생애
순종적이고 보수적인 시대. 다른 여성들과는 확실히 다르게 사고하고 행동했던 제인 오스틴. 로맨스 소설의 대가지만 그녀 자신은 평생 미혼으로 살았다. 영화 속에서의 그녀는 톰 르프로이와 열정적으로 사랑한 것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이 영화가 100% 실화일까? 오히려 허구에 더 가까운 스토리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제인 오스틴의 실제 생애를 들여다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영화에서는 제인이 스무 살 때 톰을 만나 결혼을 약속하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당시 톰은 돈 한 푼 없이 친척의 호의에 기대 살고 있었던 법학생으로 결혼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그녀가 실제로 청혼을 받은 것은 26살 때, 6살 연하의 재력가였는데 그 또한 수락한 바로 다음 날 취소해 버렸다고 한다. 참으로 자유로운 영혼이다. 이 정도면 제인은 미혼이 아니라 적극적인 '비혼'주의의 삶을 살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영화 속에 나오는 작가 래드클리프의 말이 제인 그녀의 진심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가능하겠죠? 결혼하고 작가로 사는 거요.""가능은 하지만... 쉽지는 않아요." 또한 그녀는 실제로 자신의 어린 조카가 결혼을 앞두고 조언을 구할 때도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애정 없이 결혼하느니 다른 것들이 더 낫거나 더 견딜 만하단다.” 제인 오스틴은 그 누구보다 사랑에 빠진 여성의 심리를 잘 알았지만, 한편으로 그 누구보다 사랑에 엄격하고 현실적이었다. 오늘 영화 리뷰를 위해 그녀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왜 지금까지도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지 알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아직 읽지 않은 그녀의 작품들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