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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vs 원작 소설, 뭐가 더 재미있을까
영화 중에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여러 편이다. <더 미스트><쇼생크 탈출><포레스트 검프><샤이닝><반지의 제왕> 등.... 이렇게 소설을 영화화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첫째, 완벽히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것에 비해 이미 검증된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이 리스크가 덜하기 때문이다. 둘째, 활자 안에 갇혀있기엔 책이 담고 있는 서사와 배경이 마치 손에 잡힐 듯 선명해서 영상화하는 경우일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활자를 읽는 사람들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소설의 내용을 영상화시켜 추가 수익을 창출하고자 함도 있을 것이다. 보통 영화가 히트 칠 경우 원작 소설 판매도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영화들은 보통 원작 소설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영화적 감동을 위해 각색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앞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행복을 찾아서> 포스팅을 떠올리면 바로 이해가 갈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영화들은 원작과 비교했을 때 어떻게 바뀌었는지. 어떤 다른 감동을 전달하는지 궁금해진다. 모든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원작 소설까지 찾아보는 것은 아니기에.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테고. 그래서 이번에는 그동안 내가 드물게 2개 모두 본 영화 3편을 원작 소설과 비교하여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쪽이 더 감동적인지 살펴보려 한다.
어머, 이건 꼭 봐야 해! 소설 원작 영화 베스트 3
두말할 필요 없는 걸작 중의 걸작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J.R.톨킨의 상상력의 정수를 보여주는 20세기 최고의 작품 중 하나다. 요정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 절대 반지를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이야기가 총 3권에 걸쳐 엄청난 스케일로 펼쳐지는데 신화와 역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종족, 언어, 지역까지 모든 것이 디테일하게 창조되어 판타지 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워낙 방대한 세계를 구축해놓다 보니 다소 난해하고 지루하다는 느낌도 다소 있다. (솔직히 2권까지 읽다가 여러 번 포기) 반면 영화는 상징적인 장면과 시각적 효과 중심으로 축소해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감독 피터 잭슨은 톨킨의 세계를 화려하게 재현해 내는 데 완벽하게 성공했다. 특히, 푸른 숲의 엘프, 미나스 티리스의 거대한 도시 등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상상의 풍경을 영화를 통해 실제로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은 30회 이상 이 시리즈를 본 사람으로서 볼 때마다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결론적으로 <반지의 제왕>은 영화와 원작 모두 용호상박이라 할 정도의 완성도를 보인다. 나의 인생 영화. 살면서 힘든 순간 제일 먼저 돌려보게 되는 영화 <쇼생크 탈출>은 스티븐 킹의 소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을 원작으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아내를 죽였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앤디를 주인공으로 소설에서는 캐릭터의 내면과 감정을 더 깊게 탐구하는데 비해, 영화는 자포자기하던 앤디가 끝내 탈출을 결심하기까지의 모습을 크고 작은 사건들로 착실하게 쌓아가며 드라마적인 요소를 한껏 끌어낸다. 특히 앤디와 레드의 우정이 영화에서 훨씬 강조되는데,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져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모든 관객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과 큰 감동을 선물한다. 소설도 괜찮았지만 <쇼생크 탈출> 역시 영화가 주는 감동이 훨씬 크고 깊었다. 팀 로빈스와 모건 프리먼의 연기를 보는 것도, 그 둘이 서로를 보며 행복하게 웃는 것만으로도 영화 쪽에 별 5개는 더 주고 싶은 심정. <라이프 오브 파이>는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주인공 소년 파이와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함께하는 신비로운 여정과 생존기를 담고 있다. 소설이 주로 내면적인 갈등, 철학적인 측면, 캐릭터의 내면 성장에 중점을 두고 독자에게 생각의 여백을 주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반면, 영화는 시간적인 제약으로 CG를 이용한 화려한 시각적 효과와 음악, 등장인물, 캐릭터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한다. 그런데 이 작품의 경우에는 소설보다 영화에 훨씬 더 높은 평점을 주고 싶다. 이야기 자체는 훌륭하나 서술 방식 때문이었는지, 번역 때문이었는지 영화가 주는 감동이 훨씬 크게 다가왔다. 이야기 마지막에 이르러 파이가 사람들에게 2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에서도 영화 속의 질문이 더 임팩트 있게 다가왔으니 말이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가 더 좋나요?' 묘한 슬픔과 함께 씁쓸함이 묻어나는 열린 결말. 소설의 상상력을 훨씬 더 확장시켜 더 큰 감동을 선사해 주었던 영화다.
원작보다 영화 vs 영화보다 소설
처음엔 10편 정도 정리하려고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길어져 위에서는 우선 3편에 대해서만 정리해 보았다. 이렇게 영화를 원작과 비교해서 정리하다 보니 드는 생각. 의외로 원작보다 나은 영화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앞서 별도 포스팅으로도 언급했던 영화 <미스트>를 비롯해 오늘 포스팅한 <쇼생크 탈출><라이프 오브파이>, 오늘 쓰지는 않았지만 <샤이닝><포레스트 검프><그린 마일><파이트클럽><양들의 침묵>도 개인적으로는 원작보다 영화가 훨씬 더 울림이 있었다. 특히 <샤이닝>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이후 지금까지도 가장 무서운 공포영화의 교과서로 회자될 정도로 소설과는 전혀 다른 압도적인 충격을 전한다. 물론 원작 소설이 100배는 더 나은 경우도 있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겠지만 <쥬라기 공원> 시리즈는 흥행면에서 성공한 케이스지만 다소 실망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마이클 크라이튼 원작 소설을 볼 때 느꼈던 공포나 긴장감이 훨씬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위대한 개츠비> 역시 마찬가지다. 무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았지만 소설 속 개츠비와의 싱크가 맞지 않았다. 개츠비는 데이지라는 한 여성만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쓸쓸하고 안타까운 인물이다. 그런데 디카프리오는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너무 멋있다.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안녕, 헤이즐> (원작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이란 영화도 마찬가지. 불치의 병을 앓고 있지만 슬픔에 매몰되지 않는 소설 특유의 발랄함이 영화에는 없다. 오히려 신파처럼 그려져 감동이 반감되었던 기억이다. 앞으로도 수많은 영화들이 소설, 혹은 게임,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그때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