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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현실적이어서 더 아픈 연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줄거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이누도 잇신 감독이 연출한 2003년 일본 멜로 영화다.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 소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원작으로 츠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치즈루가 주연을 맡아 사랑에 빠지는 남녀의 풋풋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덧붙이자면 우리에게는 엉뚱 발랄한 '노다메' 캐릭터로 잘 알려진 우에노 주리의 신인 시절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게임방에서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던 주인공 츠네오는 손님들로부터 할머니가 끌고 다니는 수상한 유모차에 대해 듣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언덕길을 달려 내려오는 유모차와 마주치는데, 그 안에는 놀랍게도 조제라는 이름의 한 소녀가 있었다. 방 안 구석에서 할머니가 주워온 책들을 읽고, 엉뚱하면서도 아는 것이 많은 조제. 카나에라는 대학생 여자친구가 있지만 순수하고 아이 같은 조제에게 츠네오는 자꾸만 끌리기 시작한다. 조금씩 서로 가까워지지만 카나에의 존재를 알고 상처받은 그녀는 마음의 문을 닫고 연락을 끊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사실을 알게 된 츠네오는 조제를 찾아간다. 돌아왔지만 어렵게 조제의 진심을 듣게 된 두 사람은 연인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보고 싶다던 동물원의 호랑이도 보러 간다. 하지만 걷지 못하는 조제를 계속 수발하는 것도, 아이처럼 구는 조제의 행동에도 조금씩 지쳐가는 츠네오. 어느 날 두 사람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렇게 두 사람은 이 사랑의 끝을 예감하게 된다.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 제목에 담긴 의미 해석

      처음 영화 제목을 들었을 때는 한동안 갸우뚱했던 기억이 난다. 이 맥락 없는 단어의 나열은 뭐지 싶은 느낌이랄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니.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각각의 단어에 담긴 의미를 해석해 보자면 이렇다. 첫 번째, 조제는 여주인공이 닮고 싶은 대상이다. 조제는 원래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이다. 여주인공의 원래 이름은 구미코. 처음 유모차가 굴러 떨어졌을 때 할머니가 부르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소설 속 조제는 외로움과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구미코는 평생 불편한 몸 때문에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조제처럼 당당히 극복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 호랑이는 조제가 제일 무서워하던 대상이다. 언젠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함께 보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혼자서는 두려워도 함께라면 마주할 수 있는 것, 어쩌면 조제에게 호랑이는 한 번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의미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마지막 세 번째, 물고기들은 조제와 우리 모두를 의미한다. 영화 후반, 조제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깊고 깊은 바닷속. 난 그곳에서 너를 만나러 헤엄쳐 올라온 거야.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겠지. 언젠가 네가 없어지면 난 또 혼자 남겠지만 그래도 괜찮아.' 장애인으로 태어나 평생 홀로 외롭게 살아야 했던 조제에게는 자신이 심해 속 물고기와 같이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츠네오를 만나고 겨우 세상과 마주할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어쩌면 조제가 수족관에서 그토록 물고기를 보고 싶어 했던 것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조제도 깨달은 것이다. 이미 알아버린 행복과 감당해야 할 슬픔까지, 결코 자신은 처음 있었던 곳으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심해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행복 속에서 조금씩 물밖로 헤엄쳐 나와야 한다. 조제가 그랬듯이 말이다.

       

      영화 속 명대사 & 주제가 (뮤직비디오)

      영화에는 이별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명대사가 꽤 나온다. 먼저 영화 중간에 나오는 사강의 소설 속 문장이다. "언젠가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지. 우리는 또다시 고독해지고. 그래도 마찬가지일 거야. 또다시 흘러가 버린 1년의 세월만 남아 있을 뿐." 그리고 (결말 스포) 조제와 헤어진 후 집에서 나올 때 흘러나오는 츠네오의 독백이 예술이다. "이별의 이유야 여러 가지 있었겠지만 사실 단 하나뿐이었다. 내가 도망친 거다." "헤어진 뒤 친구가 되는 여자도 있지만 조제는 아니다. 조제를 만날 일은 다신 없을 것이다." 이별해 본 사람들은 아마 다 느낄 것이다. 먼저 손을 놓은 쪽이 항상 더 아쉬움이 크고 오래간다는 것을. 오히려 남은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씩씩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영화 속 조제처럼 말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집, 전동 휠체어를 타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조제의 모습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 그때 나오는 영화의 주제가 '하이웨이'도 명곡이다. 영화 사운드트랙을 담당한 록 밴드 쿠루리가 주제가로 제작한 노래인데 뮤직비디오도 꼭 감상해 보길 바란다. 경쾌한 비트지만 묘하게 슬픔이 느껴지는 곡으로 뮤직비디오에 남자주인공인 츠마부키 사토시가 출연했다. 츠마부키가 자전거에서 오토바이, 트럭, 유치원 버스, 소방차로 탈 것을 차례차례 갈아타는 모습을 그렸는데 츠마부키는 어린아이에게만 보인다는 설정으로, 노래가 사용된 영화와 비슷한 분위기의 단편 영화 같은 세세한 연출이 특징이다. 섬세한 연출과 영상미, 주인공들의 호연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마지막으로 1000% 공감한 이동진 평론가의 영화에 대한 한 줄 평을 남긴다. "부디 우리가 도망쳐온 모든 것에 축복이 있기를.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부박함도 시간이 용서하기를. 결국 우리가 두고 떠날 수밖에 없는 삶의 뒷모습도 많이 누추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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