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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홀로 4286km 산악 트레일 <와일드> 정보 줄거리
<와일드>는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의 PCT 도보여행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2014년 영화이다. 제작 주연 모두 리즈 위더스푼이 맡았다. PCT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Pacific Crest Trail의 약자로 미국 3대 트레일 중 하나다. 멕시코 국경 캄포에서 캐나다 국경 매닝파크까지 미국 서부를 종단하는 총 거리 4,286km의 장거리 트레일이다. 완주까지만 6개월이 걸리고, 숙소도 없이 야영 생활을 하며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걸어내야 하는 극한의 도보여행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도전하지만 실제로 완주율은 60% 미만이라고 한다. 나 역시 걷는 걸 너무나 좋아하지만 아직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평지도 아닌 산악 지형을, 그것도 여성 혼자서 걷는다는 건 엄청난 위험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셰릴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주인공 셰릴(리즈 위더스푼)은 가난한 삶, 폭력적인 아빠로 인해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다. 결국 엄마(로라 던)는 아빠와 이혼하고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학교에 다니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행복해하는 엄마. 하지만 유일한 삶의 희망이었던 엄마는 갑작스럽게 암으로 세상을 떠나버린다. 엄마의 죽음 이후 인생을 포기한 채 스스로 삶을 파괴해 가는 셰릴. 결혼 후에도 아무 남자와 잠자리를 갖고 각종 중독에 빠져든다. 결국 사랑하는 남편 폴과도 이별한 채 혼자 남은 그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수 천 킬로미터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극한의 지역 PCT를 걷기로 결심한 것. 과연 그 길의 끝에서 셰릴은 엄마가 자랑스러워했던 딸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지난날의 슬픔을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될까.
매력적인 감상 포인트
리즈 위더스푼은 이 영화에서 여성 주인공 셰릴 스트레이드를 생생하게 소화해 냈다. 덕분에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여성의 내면 갈등과 성장을 섬세하게 표현해 엄청난 공감을 이끌어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몇 번이나 돌려보았는지 모르겠다. 그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내가 함께 그 길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었다. 수시로 마주하는 고독과 위협 속에서도 그녀가 보여주는 강인함은 커다란 용기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여성 혼자 걷기에 더 클 수밖에 없는 불안한 감정을 말투와 표정 연기로 훌륭하게 보여주었다. 영화 중간에 물이 떨어져 막막해하던 셰릴이 지저분한 물 웅덩이를 발견하는 장면이 있다. 정화 장치를 꺼내 물을 정수하려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두 명의 남자가 물을 나눠달라고 한다. 순간 그녀는 당황해 핑계를 대며 자리를 급히 피한다. 혹시나 자신을 쫓아오지 않을까 불안한 표정으로 계속 뒤를 살피는 그녀. 당시의 두려운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리즈 위더스푼의 표정과 행동은 정말 압권이었다. 영화 <Wild>는 물 없는 사막을 가로지르고, 설산을 헤치고, 계곡을 건너는 동안 주인공의 내면이 성장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보게 되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덤. 환상적인 촬영 덕분에 감탄사만 나온다. 내가 그곳에 있지 않음을 아쉬워하게 될 정도로 말이다.
실화가 주는 감동! 영화 속 실제 인물
영화 속 실제 주인공인 셰릴 스트레이드는 1968년 미국 미네소타에서 태어났다. 현실 속 그녀의 삶은 영화와 거의 100% 싱크로율로 전개되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학대, 사랑하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 사랑하는 남편과의 이별. 작가가 되겠다는 꿈도, 한 남자의 아내로 살겠다는 행복도 모두 사라진 채 26살의 나이에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셰릴은 PCT에 관해 알게 되고, 약 4200km에 이르는 길을 혼자 걸으며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게 된다. 그녀는 이런 경험을 책으로 썼고, 그녀가 쓴 책 "Wild: From Lost to Found on the Pacific Crest Trail"는 2012년에 출간되어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과 용기를 전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놀랍도록 자극이 되는, 무한한 용기를 내도록 이끄는 책”이라는 찬사와 함께 이 책을 최고의 에세이로 꼽았다. 2012년 뉴욕 타임스 논픽션 부문에서는 압도적 1위로 떠올랐다. 발톱이 모조리 빠지고 몸 여기저기 다쳐 피가 흘러도 한 걸음 한 걸음 부단히 나아갔던 셰릴. 영화 마지막에도 등장하지만 그녀가 PCT를 걷고 나서 깨달은 문장이 가슴을 울린다. “인생이란 얼마나 예측불허의 것인가. 그러니 흘러가는 대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리즈 위더스푼의 탁월한 연기와 감각적인 연출로 자연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영화 <와일드>. 혹시 지금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겠다면, 길을 잃은 느낌이라면 꼭 한 번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