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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이선균을 추억하며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순간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오늘 속보로 뜬 뉴스를 보는 순간 멍해졌다. 이선균, 극단적 선택. 너무나 좋아했던 배우. 그의 연기, 목소리, 표정 모두 너무나 좋아했기에 그의 죽음이 여전히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다.

      2001년 뮤지컬 '록키 호러쇼'와 시트콤 '연인들'로 데뷔, 그동안 수많은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 이선균. 2019년 최고의 화제작이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기생충'(2019)의 주연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말 그대로 이선균은 지금 연기 인생의 정점을 찍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되었을까? 10월부터 불거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온 이선균. 계속되는 구속 조사. 그로 인해 추락하는 배우로서의 이미지. 아마도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혹 이선균이 개인사에 있어서 잘못한 것이 있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을 저질렀다 해도 반성하고 죗값을 치르면 될 터. 이렇게 허무하게 가버린 그가 한 편으로는 야속하기도 하다. 최근 공개되어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은 <잠> 이후 아직 개봉하지 않은 남은 2편의 영화가 남아 있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행복의 나라'가 아마 그의 유작이 될 것이다. 2024년 극장 개봉될 예정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과연 언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이상 그를 스크린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플 뿐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떠나야 할 정도의 마음이란 무엇인지. 남겨진 가족들은 또 어떤 마음일지. 너무 일찍 그것도 허무하게 떠나버린 이선균. 오늘은 그가 남기고 수많은 작품 중 내가 가장 사랑했던 영화와 드라마들을 모아서 추억해 보기로 한다. 

       

      공포에서 드라마까지. 출연 영화와 드라마 

      보통 배우들마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게 연기하는 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로맨스면 로맨스. 액션이면 액션. 스릴러면 스릴러. 하지만 이선균은 그런 면에서 완벽한 팔색조의 매력을 갖고 있다. 그동안 출연해 온 작품들만 봐도 특정 장르로 한정할 수 없을 만큼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내가 인생 드라마로 꼽는 '하얀거탑'(2007)의 인간적이고 정의감 넘치는 의사 최도영. '커피프린스 1호점'(2007)에서의 키다리 아저씨 같은 낭만적인 뮤지션. "봉골레 하나"라는 유명한 대사를 남긴 '파스타'(2010) 속 카리스마 넘치는 셰프,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드라마로 자리 잡은  '나의 아저씨'(2018)의 박동훈 등.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 대부분 흥행에 성공할 정도로, 이선균은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해 왔다. 드라마 뿐인가. 내가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지금 보아도 살 떨리게 무서운 공포영화 <알 포인트>(2004)의 박재영 하사.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약혼녀를 찾아 헤매다가 그녀의 어두운 과거를 알게 되는 <화차>(2012) 속 순정남 장문호. 명실공히 '이선균'이라는 배우를 전 세계에 알린 2019년 최고의 화제작 <기생충>의 박동익 사장. 최근 개봉작 <잠>에서 수면 중 이상행동을 보이는 현수 등. 맡은 역할을 맞춤옷 입듯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였다. 이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하나만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얼굴과 특유의 나른하면서도 낮고 깊은 보이스가 더해져 폭넓은 연기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만큼 그의 연기력은 장르를 넘어서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사랑받아왔다. 

       

      영원한 나의 아저씨, 편히 잠들기를

      그럼에도 그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딱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코 <나의 아저씨>일 것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보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2018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작품상과 극본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수많은 시청자들의 인생 드라마로 등극한 것은 물론 국내외 모두에서 호평받은 웰메이드 명작 드라마다. 드라마 속에서 이선균이 맡은 동훈이라는 인물은 특별히 대단한 경력도, 부러워할 만한 능력도 없다. 그저 우리 주변에 한두 명은 있을 법한 흔하고 흔한 인물이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도, 눈에 띄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평범한 보통 사람. 그런 그가 지안에게 한결같은 믿음과 응원을 보내준다. 한없이 따뜻하고 모든 걸 이해해 주는 동훈에게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간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수 있었다. 드라마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삶의 무게를 버티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감동으로 다가왔다. 드라마를 보며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드라마 속 이선균의 대사를 들으며 얼마나 위로받았는지 모른다. 특히 지안이 자신을 도청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모든 것을 다 용서하고 감싸주며 건네던 말. "봐!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나, 꼭 봐. 다 아무것도 아니야. 쪽팔린 거? 인생 망가졌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거? 다 아무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 망가져. 행복할 거야. 행복할게." 이 말을 왜 자기 자신에게는 해주지 않았던 것일까.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의 연기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지만 부디 하늘에서는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기를. 이선균 배우, 삼가 고인의 명복을 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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