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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로버트, 에단 호크 주연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줄거리
작년 12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후 매우 핫하게 떠오른 영화가 있다. 바로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다. 내가 좋아하는 아포칼립스 재난물에 출연진이 무려 에단호크, 줄리아 로버츠, 케빈 베이컨, 마하셜라 알리다. 안 볼 이유가 없었다. 공개되는 순간 바로 플레이버튼을 누르니 그대로 2시간 20분이 지나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미국의 붕괴'를 소재로 몰입감 있고 충분히 흥미롭게 전개되는 영화였다. 다만 결말에 대해서는 이것이 최선이었는지 의문이다. 루만 알람의 유명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전에 없었던 독특한 영화인 것만은 사실이다. 줄거리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일상에 지친 아만다는 남편 클레이, 자녀 로즈와 아치를 데리고 외딴 풀빌라로 휴가를 떠난다. 근처 해변으로 놀러 간 가족. 하지만 갑자기 유조선이 나타나 그대로 해변으로 돌진해 버린다. 찜찜한 기분에 집으로 돌아오지만 TV, 전화, 와이파이, 모든 외부와의 통신이 두절된 상태다. 그리고 그날 저녁 가족은 낯선 이들의 방문을 받게 된다. 빌라의 주인이라 말하는 조지와 루스 부녀는 도시 모두 정전이 되었다며 하룻밤만 머물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아만다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갑자기 TV에서 국가비상사태 방송이 나오면서 어쩔 수 없이 허락하고 만다. 하지만 상황은 이후로 점점 심각해진다. 결국 아만다 부부는 빌라를 떠나려 하지만 도로는 이미 수백 대의 부서진 무인 자율주행 전기차들로 통제불능 상태. 결국 다시 빌라로 돌아온 부부는 조지 부녀와 함께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아포칼립스 심리 스릴러! 영화리뷰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한 가족의 휴가에 나타난 낯선 이들의 방문이라는 전형적인 스릴러 요소로 시작해서 한 국가의 붕괴로 스케일을 키워나간다. 이때 영화는 사건 자체보다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점점 커지는 내면의 불안에 초점을 맞춘다. 갖가지 기이하고 이상한 조짐들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인물들은 심리적인 공황에 빠진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이 영화의 장르를 아포칼립스 심리 스릴러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재난의 징조가 등장하는데 그중 하나가 유조선이다. 평화로운 해변가, 바다 저 멀리 떠 있던 유조선이 조금씩 해변으로 다가온다. 당연히 오다가 멈추겠지 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빗나가고 거대한 유조선이 마치 쓰나미처럼 모래사장을 덮친다. 무인 전기자동차 수십대가 미친 질주를 하며 서로 들이받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보니까 테슬라던데 일론 머스크가 이 장면을 보면서 불편해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영화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의 등장과 그것이 내 삶에 가까이 다가올 때의 낯섦, 기이함, 불편한 감정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갑자기 사슴과 홍학 떼가 출몰하고, 고막이 찢어질 듯한 소음과 함께 하늘에서는 불길한 붉은색 전단지가 쏟아져 내린다. 이때는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또 하나 영화를 보며 불편했던 것은 극 중 대니 역으로 나온 케빈 베이컨이 사태의 배후로 한국을 언급하는 장면이다. 작가가 한국에 나쁜 감정이 있나. 원작을 보지 않아 알 수 없지만 혹 원작에서 이렇게 되어있다면 작가에게 이유를 묻고 싶다.
호불호가 갈리는 결말 해석
(스포주의) 영화 말미, 조지는 클레이에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정부를 무너뜨리는 3단계 작전과 동일하다고 고백한다. 1단계 고립, 2단계 동시다발적인 대혼란, 마지막 3단계는 국가 붕괴. 모든 온라인 접속과 통신을 차단해서 불안을 가중시킨 후, 사람들이 대혼란에 빠지는 순간,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공격하다가 결국 자폭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조지의 말을 긍정이라도 하듯 도시 한복판에 폭탄이 터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엔딩. 아만다 부부의 딸 로즈가 사람 없는 이웃집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지하 벙커를 발견한다. 그곳엔 산처럼 쌓인 비상식량과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거기서 로즈는 영화 내내 보고 싶어 했던 '프렌즈' 결말 DVD를 발견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재생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개인적으로 여기서 1차 멘붕이 일어났다. 이렇게 끝난다고? 갑자기? 사람들이 결말에 대해 악평을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느낌 때문일 것이다. 뭐 하나 해결된 것도 없이 그냥 끝나버린다는 것. 영화 중간에 '프렌즈'와 같은 작품을 보는 게 추억팔이라고 하는 대사가 나온다. 그렇다면 재난 상황에서는 그런 과거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주는 미디어를 보며 현실 도피하라는 의미일까. 수많은 해석과 논란이 있는 가운데 나에게 가장 납득 가능한 해석은 이것이었다. 견디기 힘든 현실이 찾아올 때 우리는 미디어의 이야기 속으로 도피한다는 것.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위기에 빠졌을 때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가 급성장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결국 사람들은 가상의 이야기 속에서 그 기간을 버텨내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문제를 해결할 힘을 찾는다고 말이다. 여전히 결말이 다소 찜찜하긴 하다. 하지만 흥미로운 소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2시간이 결코 아깝지는 않았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