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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개봉된 뮤지컬 영화 중 최고 흥행작
극장에서 영화 보다가 너무 울어 눈이 퉁퉁 부은 적이 있다. 흐느끼다가 거의 오열에 가까울 정도로 울어버린 영화는 2012년에 개봉된 휴 잭맨 주연의 영화 <레미제라블>이다. 동명의 빅토르 위고 소설을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을 다시 영화화한 작품이다. <킹스 스피치>를 연출한 톰 후퍼 감독이 메가폰을잡았다. 휴 잭맨 이외에도 러셀 크로우, 앤 해서웨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영화가 개봉한 지 벌써 11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생각만 하면 울컥하는 엄청난 작품이다. 영화는 1832년에 실제 있었던 프랑스 6월 봉기를 배경으로 한다. 장발장, 판틴, 마리우스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용기와 갈등, 희생과 사랑을 다룬다.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와 아름다운 OST, 그리고 역동적인 캐릭터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뮤지컬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800억 가까운 흥행 수익을 냈는데, 당시 국내에서도 개봉 당일 18대 대선 상황과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2시간 38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연말까지 사람들의 N차 관람이 이어졌다. 누적 관객수 454만, 한국에서 개봉된 뮤지컬 영화 중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상복도 많아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과 음향믹싱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3관왕의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10점 만점에 10점, 소름 끼치는 배우들의 가창력
영화의 토대가 되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은 서양 문학사의 가장 위대한 걸작 중 하나이다. 처음 출간된 1862년 이후 다양한 뮤지컬, 공연, 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각색되어 왔다. 그 모든 작품을 다 보지는 못했기에 비교는 어렵지만 이 영화 자체만을 두고 볼 때 개인적으로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다. 전반적으로 비평가들에게도 호의적인 평을 받았고, 휴 잭맨, 앤 해서웨이, 에디 레드메인과 서맨사 바크스의 노래 역시 찬사를 받았다. 뮤지컬 형식이라 영화 내내 노래를 불러야 하는 탓에 출연 부담도 컸을 텐데 배우들은 탁월하게 소화해 냈다. 휴 잭맨은 뮤지컬 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만큼, 노래에 있어서도 안정적인 기량을 보여주며 극 중 장발장의 감정을 200% 표현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이미 영화 <맘마미아!>에서 검증된 가창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특히 앤 해서웨이의 연기와 가창 실력이 가장 두드러졌는데 ‘배우가 이 정도로 노래를 잘한다고?’ 진심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알고 보니 그녀는 실제 친어머니가 예전에 뮤지컬에서 팡틴 역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녀 역시 소프라노로 성악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니 모전여전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일 아닐까. 극 중 팡틴이 머리를 팔기 위해 자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도 앤 해서웨이가 먼저 감독에게 제안해서 촬영된 것이라고 한다. 다만 자베르 역을 맡은 러셀 크로우가 살짝 아쉽긴 했다. 완고할 정도로 원칙주의자인 경찰 자베르 역할로서 크로우는 충분히 훌륭했다. 하지만 노래만 부르면 발성 연습이 충분히 안된 일반인이 노래 부르는 느낌이었다. 고음 처리도 다소 어색해서 러셀 크로우가 노래하는 장면만 나오면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르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다른 배우들이 워낙 월등히 잘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노래 실력이 떨어져 보인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뿐 아니라 많은 관객들이 혹평한 것을 보면.. 러셀 크로우는 앞으로 뮤지컬은 지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영원히 기억될 감동적인 OST, 그리고 마지막 명장면 (오열 주의!)
<레미제라블>의 매력이라면 영화 내내 귀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OST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는 극 중 인물들의 풍부한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의 OST를 선보이고 있다. 'I Dreamed a Dream'과 'On My Own' 같은 슬픈 발라드부터 'Do You Hear the People Sing?'과 같은 역동적인 앙상블 곡까지 다채롭다. 각각의 음악은 캐릭터의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하며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더불어 톰 후퍼의 연출과 어우러진 화려하고 웅장한 오케스트라는 뮤지컬의 특유의 감동과 흥분을 최고조로 전달하고 있다. 그 정점이 되는 것이 바로 영화 마지막 장면이다. 장발장의 영혼이 코제트와 마리우스를 뒤로 하고 문을 빠져나가는 순간, 정부군에 맞서 싸우다가 먼저 세상을 뜬 동지와 사람들이 바리케이드 위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승리의 깃발을 흔들며 합창하는 사람들. 그곳에서 장발장은 함께 승리의 노래를 부른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이때 나를 포함해 영화를 보던 모든 사람들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영원히 기억될 최고의 명장면으로 남는 순간이었다. (나는 정확히 장발장이 숨을 거두는 장면부터 울기 시작해서, 동지들과 만나는 순간 오열을 시작했다.)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2012년작 <레미제라블>. 휴 잭맨의 대체불가한 장발장 연기, 심장을 파고드는 OST, 그리고 작품의 뮤지컬적 미학은 우리에게 절대 잊지 못할 감동과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시작된 한 해, <레미제라블>의 감동으로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올 한 해 나의 모든 순간이 감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