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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도 본 적 없고,만난 적도 없는 그 사람이 당신의 운명이라면

      지금은 몇 번의 이사로 사라져버린, 정말 좋아하는 영화 포스터가 있었다. 바로 오늘 리뷰하는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다. 밤과 낮의 대칭이 주는 감각적인 색감, 어딘가를 아련히 바라보는 두 주인공. 무엇보다 두 사람 사이에 적혀있는 5줄의 문장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었다. "만약 당신이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한 번도 본 적 없고, 평생 알지도 못했던 누군가가 당신의 운명의 상대라면?"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속 미정의 대사를 보면서도 이 문장이 떠올랐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긴 긴 시간 이렇게 보내다간 말라죽을 것 같아서 당신을 생각해 낸 거에요. 언젠가를 만나게 될 당신. 적어도 당신한테 난 그렇게 평범하지만은 않겠죠. 누군지도 모르는 당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만나지도 않은 당신. 당신. 누구일까요." 혼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상상하게 되는 문장 아닐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당시 최고의 흥행 보증수표였던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이 주연을 맡았다. 미국의 서부 끝 시애틀에 사는 샘 볼드윈과 미국 동부 끝 뉴욕에 사는 애니. 두 사람의 찰떡 연기는 샘과 애니라는 인물을 훨씬 더 사랑스럽게 만들었다. 영화는 둘의 운명적인 만남을 몹시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연출은 지금은 고인이 된 노라 에프론 감독. <샐리가 해리를 만났을 때>처럼 여성의 심리를 탁월하게 잡아내던 로맨틱 코메디 장르의 대가였는데 정말 아쉽다.

       

      알 수 없는 강한 이끌림. 운명일까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줄거리

      암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아들 조나와 함께 시애틀로 이주한 샘. 외로워하는 그를 위해 주변에서 끊임없이 여자를 소개해주지만 시큰둥하기만 하다. 한편 볼티모어의 신문기자 애니는 완벽한 남친 월터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새 엄마가 필요하다는 어린 아이의 라디오 사연을 듣게 된다. 아내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샘'과 그런 아빠를 걱정하는 '조나'. 애니는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방송 이후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잠 못 이루는 시애틀씨'라는 애칭을 얻게 된 '샘'. 그에게 구혼하는 편지들이 전국 각지에서 날아든다. 한편 애니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샘이 점점 자신의 운명의 짝이라는 강렬한 이끌림을 느끼게 된다. 결국 샘과 조나를 만나기 위해 시애틀로 향하는 애니. 하지만 샘이 한 여성과 포옹을 하는 것을 보고는 실망한 채 돌아온다. 마음을 추스르고 샘을 잊으려고 노력하는 애니. 하지만 자신이 샘에게 썼던 편지를 친구가 마음대로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또다시 심란해진다. 크리스마스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옥상에서 만나자는 내용. 과연 샘은 그날 그곳에 나올까? 크리스마스 당일 저녁, 빌딩이 보이는 식당에서 월터와 식사를 하던 애니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한다. 건물 전면 전광판에 빨간색 하트가 새겨지기 시작한 것. 강한 운명을 느낀 애니는 결국 월터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빌딩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조금 있으면 건물 옥상이 문을 닫는 시간. 과연 두 사람은 그곳에서 만나게 될까. 둘은 정말 운명이었을까.

       

      귓가를 파고드는 감미로운 OST

      영화를 떠올리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주제가다. 전체 OST도 훌륭하지만 특히 영화 엔딩에 흐르는 'When I Fall in Love"가 압권이다. 빅터 영이 작곡하고 에드워드 헤이먼이 가사를 붙인 곡으로 1952년 낫킹콜이 처음 불렀다. 영화에서는 셀린 디온과 클라이브 그리핀이 함께 부른 버전으로 들어가 있는데, 마치 남녀 주인공이 부르는 느낌이다. 낫킹콜이 사랑에 빠진 사람이 홀로 독백을 하는 분위기라면, 셀린 디온이 부른 버전은 맑고 청아하며 사랑에 빠진 연인간의 대화를 듣는 듯해 훨씬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를 위해서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재미는 주인공들이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만난다는 데 있다. 로맨스 영화인데 그 어떤 스킨십도 없는 영화라니. 영화 내내 두 사람은 단 두 번 스치듯 마주친다. 처음 애니가 샘과 조나를 만나러 갔을 때 우연히 공항에서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한 샘. 그리고 먼 발치에서 샘과 조나를 바라보던 애니가 용기를 내어 다가가는 장면. 하지만 그때도 사소한 오해로 인해 세상 어색한 인사 'HELLO' 한 마디만 남긴 채 헤어진다. 그 이후로 영화 마지막까지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궁금해만 할 뿐. 두 사람이 제대로 얼굴을 마주보는것은 영화가 끝나기 5분 전이다.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바로 이런 데 있는 것 같다. 마치 내 진짜 운명과 첫사랑을 하는 느낌이랄까. 스킨십 하나 없이도 너무나 달달하고 사랑스러운 영화 가궁금하다면 오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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